동물원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정서는 '우울'이었다.

중세 성곽의 해자를 연상시키는 깊은 구덩이와 난간을 사이로 동물들은 우리와 격리되어 있다.

비좁고 냄새나는 시멘트 바닥에서 지친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동물들을 보는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

나들이온 가족들이 많았다.

동물원 한가운데 있는 쉼터에서, 갖가지 동물 형상으로 만들어 놓은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잠깐의 속도감을 맛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나 보던, 거대한 불곰에 비해 다소 왜소해 보이는 동물원의 불곰들...

마치 자신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봐봐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앉는다.

동물원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던 물개들.

인공포육실에서 열심히 개껌을 물어뜯던 아기 표범도 있었지만,

 

사육사가 던져주는 죽은 물고기를,

너무나도 열심히 받아먹는 물개의 모습은,

겨울 동물원에서 가장 활기차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물개에게 할당된 물고기들이 모두 던져진후,

사육사는 옆쪽으로 옮겨갔는데,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그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물속에 들어가기가 귀찮았는지,

던져주는 물고기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구경한 사람들 마저 지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난 후에야,

한마리씩 건져 맛있게 뜯어먹는다...